만화를 뛰어넘는 행복한 고양이 섬

고양이와 할아버지 The Island of Cats, 2018

(2020)
This post is last updated 87 days ago.
고양이 스페셜 #3 <고양이와 할아버지>(2020)

만화책이 인기를 얻으면 열의 아홉은 영화와 드라마로 실사화되는 일본에서 네코마키 작가의 인기 만화 <고양이와 할아버지>가 영화로 만들어진 건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어떤 판타지 만화보다 <고양이와 할아버지>는 실사화가 쉽지 않았을 작품입니다. 우선 만화 속 고양이 섬을 재현하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고양이들이 가득한 작은 어촌 섬마을, 타마와 알콩달콩한 일상을 보내는 다이키치 할아버지의 일상을 ‘실사화’한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에 가까우니까요. 자고로 ‘동물’ 연기가 가장 어려운 연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영화화 결정된 후에 원작을 좋아하는 팬들의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던 걸로 드러났네요.

<고양이와 할아버지>(2020)

일단 영화에 참여한 면면이 놀랍습니다. 섬마을을 꽉꽉 채우고 각자의 삶을 즐기는 고양이의 실제 모습은 혹시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이 받은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리얼합니다. <고양이와 할아버지>로 첫 영화 연출에 도전한 이와고 미츠아키 감독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표지를 맡았던 일본의 대표 동물 사진 작가입니다. 동물 전문 사진작가의 시선은 영화에서 ‘타마’를 비롯한 모든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빛을 발합니다. 카메라의 시선을 고양이 눈높이에 맞춰 사실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을 포착해냅니다.

원작 만화의 동글동글한 대머리가 사랑스러운 다이키치 할아버지 역할은 일본의 유명 만담가 타테카와 시노스케가 맡았습니다. 일본 대표 만담가의 첫 스크린 도전기이기도 하죠. 여기에 섬마을의 활기를 더하는 카페 주인 미치코 역은 시바사키 코우가 맡았습니다. <심야 식당>의 주인장 코바야시 카오루가 이번 영화에서는 다이치키 할아버지의 절친이자, “고양이가 싫다”면서도 고양이들을 챙기는 츤데레 할아버지 역을 맡았습니다.

만화 <고양이와 할아버지>가 젊은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노인들과 고양이가 함께 사는 조용한 섬마을의 4계절을 그림일기처럼 보여준다면, 영화는 세상을 떠난 다이키치 할아버지의 아내가 남긴 미완성 레시피 노트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음식으로 교감하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바다와 고양이, 입맛 도는 가정식 요리까지, 일본 ‘힐링’ 영화의 3요소를 모두 챙겼다는 게 강점이죠. 특히 실사로 보는 타마의 애교는 만화의 그것을 넘어섭니다.

<고양이와 할아버지> (2020)

editor 박혜은

재미에도 안목이 있다. <더 스크린>

환영합니다. 2019년 1월 문을 연 영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더 스크린>은 가치 있는 문화 생활을 원하는 여러에게 더 좋은 경험을 약속하는 ‘컨시어지 미디어’입니다.

여러분이 귀한 시간을 들여 읽고, 듣고, 보고, 경험할 ‘멋진 문화 콘텐츠’와 1984년 창간해 26년 간 천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전문 월간지 <스크린>의 독점 아카이빙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More Stories
고양이와 느릿느릿 4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