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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 말고 좋은 것

편집장의 편지 #001

약속 장소가 너무 가까운 게 문제였습니다. 거리는 3km 남짓이지만 한 번에 가는 전철이나 버스는 없고, 양손에 짐은 한가득에 하필이면 퇴근 시간. 택시 호출 서비스를 번갈아 불러봐도 연거푸 ‘이용하실 수 없는 택시가 없다’고 거절당하다 ‘타다’라는 공유 차량 서비스가 떠올랐습니다.

새로운 건 손이 잘 안 가요. 이미 사용하고 있는 택시 호출 서비스가 익숙한 데다 새로운 앱을 찾아서 다운 받고, 이런저런 정보 넣는 게 귀찮죠. 또 뭐가 얼마나 다를까 싶기도 하고요.

칼바람을 맞으며 길가에서 덜덜 떨면서 타다 앱을 다운받았습니다. 1분 만에 제 앞에 차가 나타났고, 저는 8분 만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타다 서비스는 놀랍도록 새롭지도, 다르지도 않았어요. 기존 택시 호출 서비스와 이용 방식도 앱 디자인도 비슷해요. 하지만 정말 좋았습니다. 약간 숙연해질 정도로요. 이용자가 차를 부르면 즉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차를 보낸다. 이용자가 지정한 위치에 정확히 데려다준다. 끝. 사람들은 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는가? ‘타다’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가장 충실한 답을 내놓습니다. 쾌적하게 적막한 차 안에서 문장 하나를 메모했습니다.

‘다른 것 말고 좋은 것’

일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고심하며 쓰던 첫 ‘편집장의 편지’를 싹 지웠습니다. 새로 문을 연 영화 엔터테인먼트 <더 스크린>이 기존의 미디어와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었거든요. 칠판에 크게 써 놓은 메모로 첫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더 스크린>은 다른 것 말고 좋은 것을 담은 미디어가 되겠습니다.

솔직함을 과시하지 않는 정직한 리뷰, 흥미에 매몰되지 않는 재미있는 큐레이션, ‘읽지 않는 시대’라며 독자의 문해력을 무시하는 조각 글이 아닌 잘 다듬어 정제한 단단한 글, 함께 들으면 더 즐거워지는 오디오 콘텐츠, 영상만이 전할 수 있는 비디오 콘텐츠 그리고 휘발성 강한 디지털 시대에 더 중요해진 아카이빙 콘텐츠로 재미에도 안목이 있다고 믿는 여러분께 충실한 솔루션을 드리고자 합니다. 두근두근하게 지켜봐 주세요. 고맙습니다.

2019년 2월 11일

편집장 박혜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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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에도 안목이 있다 <더 스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