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고양이 집사 Our Ca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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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스페셜 #1 <고양이 집사>(2020)

집사. 사전의 뜻은 이렇습니다. ‘주인 옆에 있으면서 그 집일을 맡아보는 사람.’ 현대 한국에선 뜻 하나가 추가됩니다.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 5월 14일(수) 개봉하는 이희섭 감독의 다큐멘터리 <고양이 집사>는 제목처럼, (주인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고양이 옆에서 그 먹고 자고 싸고 노는 일을 맡아보는 사람에 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쯔쯔, 사람도 살기 힘든 세상인데 고양이는 무슨! 마뜩잖게 여길 수도 있죠. <고양이 집사>의 제작진은 ‘그래서 더욱’ 이 다큐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여겼을 겁니다. 길 위의 고양이조차 살기 힘든 세상이 인간에게만 너그러울 리 없으니까요.

<고양이 집사>(2020)

해외 여행을 다니다 보면, 위풍당당한 길 고양이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어느 집고양이가 잠시 산책 나온 것처럼 깨끗한 고양이들이 낯선 사람을 겁내지 않고 느긋하게 길을 배회하는 광경이 생경하게 다가옵니다. 한국의 길고양이들은 눈길만 닿아도 소스라치게 줄행랑을 치는 데 말입니다. <그라운드의 이방인>(2013) <무현, 두 도시 이야기>(2016) 등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조은성 PD는 2017년 일본, 대만, 한국의 길고양이 환경을 비교한 다큐멘터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만들어 그 슬픈 차이를 바로 보여준 경력이 있습니다.

조은성 PD가 ‘고양이 다큐’의 연작으로 기획한 <고양이 집사>는 전작에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각자 사연을 가진 길고양이들과 그들의 집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지역 재개발로 폐허가 된 마을엔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고양이들만 남습니다. 그 모습 위로 상가 재개발로 수십년 일터에서 쫓겨나게 된 할머니의 모습이 겹칩니다. 겨우 구조된 수십마리의 고양이가 서로를 핥고 보호하는 모습 위로, 주변의 궂은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유기된 동물을 챙기는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이 겹칩니다.

<고양이 집사>는 뽀얗고 예쁜 동물 다큐멘터리와 거리가 멉니다. 인위적 연출 없이 길고양이와 그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품는 집사들을 지켜보기 때문에 화면은 투박하고 이야기도 소박합니다. 길고양이로 태어나 임시 보호소를 전전하다 이제 이희섭 감독을 아빠로 만나 집고양이가 된 레니(목소리 임수정)의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과하게 고양이를 의인화하는 오류를 피해갑니다. 이 투박하고 소박한 연출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길 위의 인연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택한 방법일 겁니다.

소리 높여 위로를 외치지 않고도 <고양이 집사>는 약자가 약자를 돌보는 연대의 희망,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한 온기를 전합니다. 누가 고양이 집사들이 만든 영화가 아니랄까봐, 무심한 듯 다가와 조용히 온기를 나누는 태도가 고양이를 꼭 닮았습니다.

editor 박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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