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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스타크 가문의 흥망성쇠

자신의 몸을 불살라 현 세계의 회복과 새 시대의 변화를 꿈꾸게 한 스타크. 남의 몸에 칼을 꽂아 혁명을 멈추고, 자기 가문이 중앙 정부와 북부의 패권까지 다 거머쥐게 만든 스타크. 우리가 누굴 영웅으로 기억할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10년간, 두 스타크 가문이 스크린과 TV를 호령했다. 하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avel Cinematic Universe’(이하 MCU)의 스타크 가문, 또 하나는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 Game of Thrones>(이하 GOT) 시리즈의 스타크 가문이다. 두 가문의 지난 세월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먼저 MCU 스타크 가문의 외동아들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보자. 막대한 재산과 비상한 두뇌를 물려받은 스타크 앞엔 탄탄대로가 펼쳐진 듯했다. 하지만 ‘하이드라’의 히트맨에게 부모를 잃고, 자신도 테러 집단에 납치당해 심장을 잃으면서 장밋빛 인생은 막을 내렸다. 지구 지키랴, 어벤져스 멤버 챙기랴, 철없는 악당들 상대하랴, 이마의 주름만 깊어졌다. 종국엔 우주 생명체 절반을 지워버린 미치광이 외계인과 시비가 붙었으니 그 고충이 짐작이 간다.

GOT 스타크 가문의 서자 존 스노우(키트 해링턴)는 어떤가. 아비의 청천벽력 같은 죽음에 이어 가문의 적통인 이복형마저 피살됐다. 어린 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 가문의 간판을 내리기 일보 직전에 몰렸고, 그도 북방을 전전하며 굴욕의 세월을 보냈다.

지구를 지키든 일곱 개의 왕국을 지키든, 고난에 맞서 악전고투하는 두 스타크는 팬들의 응원과 격려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한 명은 어벤져스의 리더가 됐고, 다른 한 명은 북부의 왕이 됐다. 그리고 2019년, 두 스타크 가문의 아들들은 은퇴를 선언했다. 한 명은 2019년 4월 24일(수) 한국에서 개봉하는 <어벤저스 : 엔드게임>을 통해, 또 한 명은 2019년 5월 19일(현지 시각) 북미에서 방영되는 <왕좌의 게임> 시즌 8 마지막 에피소드 <철의 왕좌>를 통해 팬들과 작별한다고 전했다. 팬들과 함께 한 지난 세월에 걸맞는 융숭한 고별 축제가 열릴 참이었다.

토니 스타크와 존 스노우의 은퇴식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과 <왕좌의 게임> 시즌 8

하지만 결과는 극과 극. 한 스타크는 꽃가마를 타고 팬들의 박수 속에 성대한 은퇴식을 마치고 명예롭게 퇴장했다. 그러나 다른 스타크는 성난 팬들이 쏘아 올린 분노의 화살을 피해 황급히 북쪽으로 달아났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꽃가마를 타고 떠난 토니 스타크 얘기부터 해보자. 그의 고별식이 된 <어벤저스 : 엔드게임>엔 몸값 비싼 마블의 동료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성대한 장례식이었다. 팬들도 뜨겁게 울었다. 그 덕에 <어벤저스 : 엔드게임>은 전세계 박스오피스 부동의 흥행 1위 <아바타>(2009)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10년 만에 왕좌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2019년 5월 30일 기준 흥행 수입은 <아바타> 27억8,800만 달러, <어벤져스: 엔드게임> 26억 8,800만 달러로 1억 달러 차이다. <아바타>가 34주 간,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5주 간 벌어들인 수입이다. -편집자 주). <왕좌의 게임>의 원작자 조지 R.R. 마틴조차 자기 개인 블로그에 “엔드게임, 어메이징!”을 외치며 엄지를 치켜들었으니 더할 나위 없는 퇴역 훈장이다.

반면 스타크이자 타가리옌인 존 스노우와 그의 친구들은 GOT 시즌 8 마지막 6회 에피소드 방영 후 전 세계에서 비난의 융단 폭격을 맞고 있다. 6회 방영이 끝나자마자 IMDB의 독자 리뷰는 10점 만점에 1점을 던지는 분노한 시청자로 장사진을 이뤘고, 리뷰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는 ‘졸작’에 던지는 썩은 토마토가 흘러넘친다. 다소 신중한 자세를 취해온 <타임>이나 <버라이어티> 같은 전문 매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지막 시즌을 다시 찍어내라!”는 굴욕적인 청원이 삽시간에 백만 건을 넘었다. 두 스타크 가문의 명운은 이처럼 드라마틱하게 갈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Marvel

메멘토 모리 : 죽음을 기억하라

두 스타크 가문의 역사엔 각각 MCU 케빈 파이기와 GOT의 ‘D&D’로 불리는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대니얼 브렛 바이스가 쭉 함께했다. 최고 사령탑 프로듀서가 건재한 만큼 다소 차이는 있어도 작품마다 꾸준한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었다. 물론 GOT는 원작 없는 시즌 6부터 평가가 시원찮아 졌지만, 시청률은 단 한 번도 꺾이지 않는 고공행진을 달렸다. 마무리 한방만 잘 던지면 두 작품 모두 전설로 남기에 모자람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엔딩을 마주한 두 작품의 태도가 달랐다. 그것 말곤 외부적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

두 작품 모두 엔딩 직전까지 전대미문의 학살극이 벌어졌다. GOT는 시즌마다 핵심 인물을 죽이는 피바다를 헤쳐왔고, MCU 역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슈퍼히어로 절반을 먼지로 날려버렸다. 그렇게 쌓인 캐릭터들의 죽음이 엔딩에서 어떤 가치로 대우받았나. 이것이 두 스타크 가문의 흥망을 가르는 분수령이 됐다.

MCU의 스타크는 자신의 목숨을 지구 절반의 생명과 맞바꾼다. 그의 희생으로 재로 변했던 영웅들이 돌아왔고, ‘타노스 재난’으로 순식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모두가 빼앗겼던 것을 되찾았다. 돌아온 영웅들은 앞으로도 토니 스타크를 기리며 우주 구석구석에서 위협에 맞서 싸울 것이다. 또 새 시대의 어린 영웅들이 리더의 빈 자리를 메우며 성장할 것이다.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선택이 소멸이 아닌 씨앗이며, 새 시대에 바치는 기성세대의 축원이 될 거라 믿었다. 타노스의 궤변을 일축한 그가 당당히 “나는 아이언맨이다.(I’m Iron Man)”라고 외칠 때, MCU의 10년 지기 팬들은 영웅의 죽음이 짊어진 무게를 함께 느끼며 눈물지었다.

<왕좌의 게임>(HBO) 대너리스 타가리옌(에밀리아 클라크)과 존 스노우(키트 헤링턴) ©HBO

GOT의 스타크는 충성을 맹세한 여왕이자 연인이며 혈육인 대너리스 타가리옌(에밀리아 클라크)의 생명과 왕국의 안녕을 맞바꾼다. 가계도 상으로는 그가 철왕좌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권력을 포기한다. 하지만 믿었던 대너리스가 ‘미친 여왕’의 광기를 드러내자 그는 대뜸 그녀의 심장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설득도 간청도 없이, 8년간 GOT의 영광을 이끌어 온 여왕의 키스 세례 속에.

“폭압의 수레바퀴를 부수자”던 혁명의 아이콘 대너리스는 엔딩에 이르러 느닷없이 DNA에 잠들어 있던 광기를 드러내더니, 배신자의 손에 유언 한마디 못하고 비명횡사 당했다. 그녀와 함께 GOT 팬들이 꿈꿨던 ‘새로운 세계의 가치’도 죽었다.

이 좀스러운 살인이 남긴 것은 혁명 이전으로의 회귀, 첫 각료 회의 안건으로 “불에 탄 집창촌 재건” 따위를 논의하고 있는 저열한 왕정뿐이다. 그나마 샘웰 탈리(존 브래들리)가 공화정을 운운했다가 비웃음만 샀고, 스타크 가문이 권력을 나눠 가졌다. 브랜(아이작 헴스테드 라이트)이 “스토리는 있고, 후손 없고, 권력욕 없다”는 손쉬운 이유로 왕좌에 올랐고, 스타크의 북부는 중앙정부에서 독립해 산사(소피 터너)가 왕이 됐다. 칠 왕국의 지역 감정해소는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자신의 몸을 불살라 현 세계의 회복과 새 시대의 변화를 꿈꾸게 한 스타크. 남의 몸에 칼을 꽂아 혁명을 멈추고, 자기 가문이 중앙 정부와 북부의 패권까지 다 거머쥐게 만든 스타크. 우리가 누굴 영웅으로 기억할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왕좌의 게임>(HBO, 2019) 시즌 8에서 모든 권력은 스타크 가문에게 넘어간다. ©HBO

스타워즈 : 보이지 않는 위협

영광의 엔딩을 기대했던 HBO 입장에선 속 터질 노릇일 테다. GOT 원작 소설가 조지 R.R. 마틴의 집필 속도가 드라마 제작 속도를 따라 오지 못했고,  원작 출간 속도에 손발을 맞추려던 제작진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GOT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가닥을 잡은 것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원작이 없어서’ 이토록 무책임한 용두사미 결과물이 나왔다는 건, 변명 거리가 못 된다.

MCU 역시 마블 코믹스 원작이 있지만, 더 이상 원작과 영화를 일대일 대조하는 건 의미가 없다. MCU는 지난 11년간 찬찬히 독자적 세계를 구축했고, 영화의 캐릭터들은 그 안에서 성장하고 발전해왔다. 원작이라는 지지대가 사라지자마자 캐릭터들이 속수무책으로 붕괴된 GOT와 비교되는 점이다.

<스타워즈> 포스터

그리고 역사는 반복된다. GOT의 몰락을 지켜본 팬들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 범우주적 시리즈는 2015년 <깨어난 포스>로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후속작 <라스트 제다이>(2017)가 혹평에 휩싸였고, 기대를 모았던 스핀오프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놀림감이 됐다.  조지 루카스의 ‘포스’가 희미해진 <스타워즈> 시리즈엔 새로운 선장이 필요하다. 이 시리즈를 바닥까지 꿰고 영혼까지 사랑하면서,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독립적인 스타워즈 세계관을 구축할 적임자가 절실한 상황.

우연일까, 필연일까 아니면 악연일까. <스타워즈> 새로운 시리즈에 GOT의 ‘D&D’가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1999)의 부제가 뇌리를 스친다. 보이지 않는 위험!   

<스타워즈>는 40년 넘게 이어지는 방대한 세계다. 팬덤의 규모도 GOT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열렬하다. 그들의 뒤통수를 쳤다간 GOT 팬들의 리뷰 1점 테러와 차원이 다른 매운맛을 보게 될 것이다. 8년 간 몸담았던 웨스테로스에서 황급히 짐을 챙겨 떠난 그들이 부디, 팬들을 분노케 한 GOT피날레를 통해 무언가 배웠기를 희망한다.

editor 김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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