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공유 #001 타오르는_달고나의_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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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린> 재미 공유. 한 주간 에디터들이 찾은 가치 있는 재미를 공유합니다. 매주 금요일, 재미를 스크랩하세요. 편집부


3월 2주의 재미

달고나 커피
주간 문학동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전시: 영원이 된 기억


 

 

 

#01 달고나 커피

‘이’ 커피는 특별해야만 해

“이만하면 된 거 아니예요? 된 거 같은데-에?”

<어린왕자> 2015

빨-간색 볼에 달고나 머랭을 치느라 저릿해진 팔을 겨우 달래가며, 괜찮은 것처럼 전혀 괜찮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나가던 달고나 커피 유경험자 디자인 팀장님은 툭 답했다. “아직 멀었어요.” 느려지던 손목 스냅이 다시금 속도를 냈다. 아, 잠깐. 나 달고나 커피에 길들여지는 것 같은데?

요즘 나 빼고 다 있는 거 ‘고양이’, 나 빼고 다 하는 건 ‘달고나 커피’ 만들기. 다들 하나같이 지금 당장 유명 카페에서 팔아도 될 만큼 예쁜 달고나 커피 사진 아래 ‘하지 마’ ‘나도 두 번 다시는 안한다!’고 쓴다.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달고나 커피를 가질 사람’이 될 것인지 ‘내 인생에 달고나 커피란 없는 사람’이 될 것인지. 나는 전자를 택했다. 달고나 커피는 공시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를 각자의 집에 몰아넣은 이 시점, 이 시국에 우리가 찾아낸 재미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이 재미는 매력을 잃을 것이다.

필요한 준비물을 사무실 여기저기서 꺼내와 테이블에 올렸다. 재료와 레시피는 간단하다. 인터넷엔 속성 ‘달고나 커피 제조법’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지만, 우리가 택한 건 ‘순정 모드’였다. 누구나 가진 최소 재료와 장비. 거품기 아웃. 오직 믿는 건 숟가락과 튼튼한 두 팔이다. ‘이왕 하는 거’ 소품 촬영 스튜디오 박스의 조명을 켰다. 그래, 시작은 우아했다.

재료 : 우유 190mL, 카* 스틱(1.6g) 2봉, 설탕 4g(한 큰 술), 뜨거운 물 2큰 술 그리고 숟가락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이렇게 말했지.

누군가에게 길들여 진다는 건 눈물 흘릴 각오를 한다는 거예요.

이번 재미의 끝엔 눈물 흘릴 각오를 해야겠는 걸. 시작할 땐 예상치 못했지만, 과정은 우아함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달고나 커피에 길드는 과정

STEP 1. 불신이 생긴다. ‘설탕 1 : 커피 1 : 뜨거운 물 1’ 비율로 넣고 숟가락으로 저으면 이게 부풀어 오른다고? 머랭이 된다고? 400번이면 된다고? 안될 것 같은데. 거봐 안 되잖아. 다 인터넷 허풍이었어. 내가 속은 거야. 그러다 자신을 의심한다. 물이 너무 많았나? 설탕이 적었나? 역시 카*가 아닌 맥*을 써야 했나?

STEP 2. 불신이 해소된다. 어, 부풀어 오른다. 된다!! 그렇게 인터넷에 온통 거짓 정보만 있는 게 아님에, 내가 헛소문에 낚이지 않았음에, 나는 잘못하지 않았음에 안심한다. 그런데 이미 한 천 번은 저은 것 같다. 천 번은 더 저어야 머랭이 될 것 같다. 아니 천 번이 뭐야. 한 사천 번? 그렇게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STEP 3. GO or STOP? 결정권은 내게 있다. 이미 숫자 세는 걸 포기하고 머랭을 젓다 보면, 우리는 철학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끝이 없는 일에서 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저으면 저을수록 몸집을 키워내는 커피 설탕 머랭의 반응에 ‘더, 더 조금만 더’하는 욕심이 난다. 떨어질 것 같은 팔로 부풀어오르는 머랭을 휘저으며, 본전 생각이 난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여기서 멈출 순 없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아닌 팔이 일러준다. 여기까지라고.

STEP 4. 세상 만사에서 의미를 찾는다. 거품을 싹싹 긁어다 새하얀 우유 위에 곱게 얹고 빨대 하나를 꽂는다. 그리고 휘휘 저어 드디어 한 모금…… 맛있는 커피 우유다. 아니 건강한 커피 우유다. 덜 달고, 커피 함량이 높으니까. 꽤 고카페인 음료다. 또 뭐가 있을까. 특별함을 기어코 찾아내야만 한다는 간절함이 샘솟는다. 어… 어… 그렇지. 이건 그냥 맛있는 커피 우유가 아니지. 이건 내가 15분 가까이 머랭을 쳐서 올린,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커피 우유인 거야.

이 여운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아직도 벌벌 떨리는 오른손을 키보드에 얹고 기록을 한다. 어? 넷째 손가락 마디에 살포시 솟아오른 물집이 보인다. 아 결국 눈물이 글썽였다. 역시 길들임의 끝은 눈물이구나.

이 긴 여정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번은 괜찮아요. 대신 쇠 숟가락만은 피해 주세요. 손목에 손가락까지 잃을 정도의 맛은 아니니까요.

editor 박혜진


 

 

 

#02 주간(週間) 문학동네

다음 호에 계속, 연재의 재미

10대 시절, 아이스크림 핥아 먹듯 만화 잡지를 읽었다. <소년 챔프> <보물섬> <아이큐 점프> <르네상스> <댕기> <윙크> 등. 행여 두 장이 한꺼번에 넘어갈새라 손가락에 침발라가며 한 장 한 장 아껴 읽다가 ‘다음 호에 계속’과 맞닥뜨릴 때의 갈증, 일주일을 기다려 동네 서점으로 달려갈 때의 두근거림과 새로운 연재 첫 장을 찾아 펼칠 때의 희열이 내가 처음 맛본 ‘연재의 재미’였다.
20대엔 오직 내가 사랑하는 작가의 연재, 딱 그 글을 읽기 위해 구독하는 신문, 잡지가 생겼다. 연재 소설과 에세이가 신문, 잡지의 판매율을 좌우하던 시절이었다. 우리는 애타게 ‘글을 기다렸다.’

인터넷의 시대는 기다림을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원하는 것에 접속할 있는 시대에 기다림은 설렘이 아닌 짜증으로 전락했다. 그 사이 글은 동영상이라는 위협적인 경쟁자를 만났다. 유튜브에 가면 입담 좋은 이야기꾼들이 삼라만상을 이야기하는 세상. 책 조차도 ‘북튜버’가 요약 정리해주는, 소위 ‘읽지 않는 시대’가 열렸다고들 호사가들은 확언했다. 문학 연재도 자취를 감췄다. 밤 11시에 주문한 생필품이 동트기 전에 문 앞에 배달되는 시대에, 먹지도 못할 ‘글’을 기다린다고?

문학 전문 출판사 문학동네는 “왜? 안돼?”라고 되레 묻는다. 문학동네가 2020년 3월 5일 창간한 웹진 ‘週間(주간) 문학동네’는 고색창연하게도 한자와 한글을 함께 쓴 제호에서 ‘뉴트로’의 박력이 느껴진다. ‘옛날옛적 주간지를 모으며 연재 글을 읽(고 싶었지만 없어서 못읽었)던, 당신을 찾습니다.’ 이미지를 단호하게 최소화 한 UI 디자인, 굉장히 세심하게 신경 써 골랐을 명조 서체와 상하좌우 여백에서 오직 ‘글’만을 위해 만들었다는 의지가 전해진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3시, 작가 8명의 장편 소설과 산문을 연재한다. 회원가입 절차도 필요 없고, 구독료도 없다. 여기선 문학 전문 출판사의 박력이 느껴진다. ‘글을 기다리는 즐거움, 연재의 재미를 아는 당신께 이 글을 바칩니다’. 연재는 고강도 모험이자 고난도 기술이다. 훌륭한 작가의 좋은 글감을 찾고, ‘다음 호에 계속’ 애닯게 기다리게 만들어야 하고, 결국 책으로 소장하게 만들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오직 연재 만으로 꾸린 디지털 ‘주간지’의 패기도 근사하다.

주간 문학동네가 꾸린 8명의 작가가 패기의 근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세랑, 정지돈, 김언수, 박상영, 심채경, 김인숙, 김원영, 김금희 작가의 글이 연재된다. 작가의 성비가 고르고, 주제의 다양성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그 중 정세랑 작가가 “20세기를 살아낸 여성들에게 바치는 21세기 시점의 사랑”이라고 밝힌 심시선 씨의 제사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 <시선으로부터,>와 박상영 작가의 나직한 고백처럼 들리는 <1차원이 되고 싶어>, 천문학자인 심채경 작가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가 내겐 연재의 재미에 시동을 걸었다.

묻어가자면 <더 스크린>도 매주 금요일 ‘재미 공유’ 연재를 시작한다. 연재를 기다리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었는지, 잊고 있었던 재미의 감각을 되살릴 수 있다면 좋겠다.

editor 박혜은


 

 

 

#03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오리지널 전시: 영원이 된 기억

3월 한 달 간 상상마당은 타오를 예정

어떤 책을 읽다 괜스레 28페이지를 쓱 쓰다듬거나,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애정하는 곡이 ‘여름’이 되어버린 사람이라면 무조건 반응할 전시회가 있다.

그린나래미디어 인스타그램

3월 2일(월)부터 31일(화)까지, KT&G 상상마당 3층 라운지에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오리지널 전시: 영원이 된 기억’이 진행 중이다.

2019년 9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프랑스 개봉에 맞춰,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조셉(Galerie Joseph)’에서 사흘간 진행된 원화전시를 본 한국 영화사가 올해 한국 개봉 전부터 기획한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요 초상화의 제작 과정을 담은 그림 7점과 손상 위험 때문에 운송할 수 없었던 그림 2점(‘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p.28 누드화’)을 디지털 인쇄해 전시하고 있다. 또한 원화 작가 엘렌 델마르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도 상영하며 한국 아티스트들의 팬 아트와 스페셜 굿즈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랑스에서도 전시한 적 없는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드레스가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14만 명이 넘는 한국 관객이 영화에 보낸 뜨거운 애정에 프랑스 제작사가 보내온 화답이다.

전시를 보고 나오면 다시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마침 3월 5일부터 IPTV-VOD 서비스가 시작돼, 스페셜 코멘터리와 함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 평일 오전에 방문한 전시장은 마스크를 꼭꼭 챙겨쓰고 온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흔치않은 이 전시를 놓쳐 후회하지 않으려는, 영화가 선사한 ‘타오르는 감동’을 더 진하게 기억하기 위해 나-너-우리들이었다.

꼭 전시에 가고 싶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요즘 전시 공간을 방문하는 게 부담스럽거면 혹은 너무 먼 곳에 있는 ‘타여초’ 팬이라면 아직 속상해하긴 이르다. <더 스크린>이 준비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전시회의 생생한 도슨트 영상이 다음 주에 공개될 예정이니까!

editor 박혜진

재미에도 안목이 있다. <더 스크린>

환영합니다. 2019년 1월 문을 연 영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더 스크린>은 가치 있는 문화 생활을 원하는 여러에게 더 좋은 경험을 약속하는 ‘컨시어지 미디어’입니다.

여러분이 귀한 시간을 들여 읽고, 듣고, 보고, 경험할 ‘멋진 문화 콘텐츠’와 1984년 창간해 26년 간 천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전문 월간지 <스크린>의 독점 아카이빙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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