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덕션>은 홍상수 감독의 실험, 반드시 해야 하는 행위” 주연배우 신석호, 박미소

This post is last updated 190 days ago.

홍상수감독의 25번째 장편 영화이자 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인트로덕션>이 지난 5 27일 개봉했다. 주연배우 신석호와 박미소는 홍상수의 월드에서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얼굴이다. 신석호는 홍상수 감독의 스태프로 영화 경력을 시작해 <풀잎들> <도망친여자>에 조연으로출연하며실력을쌓은 기대주이다. 박미소는 이번 영화로 장편 데뷔한 홍상수의 새로운 페르소나다. 두 배우를 만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 세계와 새로워진 작업 과정을 들었다.

<인트로덕션>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다.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어떤 기분이었나?

박미소: 영광스러웠다. ‘홍상수 감독 베를린영화제 수상’ 기사를 보고, 처음엔 <도망친 여자> 수상 소식으로 착각했다.(웃음) 나중에 축하 인사를 드렸던 기억이 난다.

신석호: 수상 당일에 유튜브로 시상식을 지켜봤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로서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것도 축하할 일인데, 수상까지 해서 정말 기뻤다. 수상 다음 날 아침에 홍 감독님께 축하 인사 전화를 드렸다. “너희들(신석호, 박미소) 덕분이다, 너희들이 더 잘해줘서 고맙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전화를 끊고 혼자 울었던 기억이 있다.

배우는 홍상수 감독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건국대 영상영화학과에서 공부한 제자이기도 하다. 감독과 만남이 궁금하다.

신석호: 2008년도에 대학에 입학해 교수와 제자의 관계로 처음 만났다. 그 뒤 2015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부터 홍 감독 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했고, <풀잎들> <도망친 여자>에 배우로 출연했다.  

박미소: 2019년 9월, 영화학과 수업에서 홍 감독님을 처음 만났다. 홍 감독님 수업을 굉장히 듣고 싶었던 학생이어서 수강 신청을 하고 굉장히 떨렸던 기억이 난다. 첫 수업을 받을 때도 많이 떨렸다.

지금까지 권해효, 김민희 홍상수 사단이라 불리는 한국 대표 배우들이 줄곧 홍상수 영화의 주인공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 <인트로덕션>에는 신인 배우를 과감히 주인공으로 캐스팅해서 화제가 됐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신석호: 홍 감독님이 <인트로덕션> 작업을 시작할 때 전화를 주셨다. 당연히 스태프로 참여하는 줄 알고 승낙했다. 스태프가 처음으로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홍 감독님이 나를 “이 영화의 배우”라고 소개했다. 그때 배우로 캐스팅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웃음) 처음에는 짧게 작은 역할로 출연할 줄 알았는데, 촬영 분량이 계속 늘어났다. 속으로 ‘왜 계속 내가 나오지?’라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촬영을 마치고 보니 내가 주연 배우였다.  

박미소: 나도 비슷하다. 학교 방학 기간에 홍 감독님이 촬영 관련해서 미팅을 요청하셨다. 만나서 바로 테스트 촬영을 했다. 그 뒤에 다시 감독님이 “영화 촬영을 곧 시작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지?” 물었고, 바로  배우로 합류했다.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홍상수와 촬영 현장에서 함께 작업한 감독 홍상수의 다른 점이 있었나?

신석호: 교수 홍상수와 감독 홍상수의 차이는 없다. 영화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한결같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를 굉장히 깨끗하고 신성하게 여긴다. 그는 영화를 통해 ‘영화 이외의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을 멀리한다. 수업 시간엔 영화를 가짜처럼 만들려는 학생을 질책하기도 했다. 그런 홍상수 감독의 영화관을 존경한다.  

박미소: 홍상수 교수님은 학생들의 내면에 있는 것을 끄집어낼 수 있게끔 지도한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상황을 만들어준다. 촬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배우로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신인배우 신석호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05)부터 홍상수 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했다. 연기를 전공한 그는 <풀잎들>(2018)에선 극중 김민희의 남동생을, <도망친 여자>(2020) 에선 고양이 남자를 연기했고 <인트로덕션>에서 주인공 영호 캐릭터를 맡아 극을 이끌었다.

촬영 당일에 배우에게 대본을 주고, 즉시 배우들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해야 한다. <인트로덕션> 촬영도 마찬가지였나? 특별한 디렉션은 없었나?

신석호: 홍 감독은 연기 디렉션을 하는 대신, 많은 부분을 배우에게 맡겼다. 우선 배우들이 이해한 대로 촬영한 다음에 감독님이 의견을 더해 주는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다만, 캐릭터의 대사 말투에 대해서는 ‘그렇다, 아니다’를 확실히 잡아주셨다.

박미소: 나는 대본을 암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웃음) 다른 영화는 배우가 사전에 대본을 받고 분석하고 인물에 대해 틀을 만들고 연기한다. 그런데 홍 감독님의 현장에선 캐릭터 분석할 여유가 전혀 없어서 오히려 내 본래의 모습이 캐릭터에 많이 묻어 나오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자유롭다고 느끼기도 했다.

<인트로덕션> 홍상수 감독이 청년이라는 젊은 세대의 고민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에서 새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상수 감독이젊은 세대 얼굴로 선택한 배우는 어떻게 느꼈는가?

신석호: 촬영할 때는 전체적인 부분을 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 영화는 젊은 세대에 관한 이야기라고 확실히 생각했다. 감독님이 평상시에도 편한 자리에서 우리 세대에 대한 얘기를 물어보시곤 했다.

박미소: 내가 연기한 ‘주원’이라는 인물의 입장이 나와 닮아서 크게 공감했다. 나는 주원을 연기하면서 ‘처음, 새로움’이라는 상황에서 통증을 많이 경험한 인물로 느꼈다. 완성된 영화를 볼 때도, 주원이 내 가슴 깊이 있는 감정을 건드리는 느낌을 받았다.

신석호 배우가 연기한영호 배우 지망생이다. 영화가 자세한 설명을 하진 않지만 아버지와는 서먹하고, 어머니의 강한 영향 아래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궁금하다.

신석호: 나는 영호가 ‘사랑을 갈구할 대상을 계속 찾고자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1부에 등장하는 아버지 한의원의 간호사(예지원)과 관계도 그렇다. 어린 시절 영호는 간호사 누나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이혼하면서 그가 의지했던 사람들과 관계도 멀어지지 않았을까. 영호가 아버지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감정이 좋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영호를 키운 어머니의 말을 잘 듣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부담스럽고 어려워하는 모습도 있다.

박미소 배우가 연기한주원 패션 디자인 공부를 하러 독일로 유학을 가는 학생이다. 어머니(서영화) 관계가 독특하다. 주원을 어떻게 이해했나?

박미소 : 영호 뿐만 아니라 주원도 부모 그늘 안에서 안식을 취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만들어 준 틀에 갇혀있고 얽매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주원은 엄마가 담뱃불을 붙일 때, 마치 부하 직원이 그러는 것처럼 손으로 바람을 막아주는 행동을 취한다. 이런 장면에서 엄마와 딸의 이상야릇한 수직적인 관계를 은근하게 보여준 것 같다.

신인배우 박미소는 <인트로덕션>에서 주인공 영호의 여자친구 주원을 연기했다. 홍상수 감독의 제자에서 새 영화의 주인공이 된 그는 생기 있는 표정과 자유로운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인트로덕션>은 박미소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인트로덕션> 영호가 아버지와 연인, 어머니를 만나는 여정을 3부로 담았다.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순간이 있다면?

신석호: 3부에서 영호가 겨울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이 있다. 파도가 높고 굉장히 추운 날이어서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러나 직접 연기할 때는 영호가 그간 해소하지 못한 감정들이 다 씻겨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시원했다. 또 1부 한의원에서 영호가 간호사(예지원)와 포옹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눈이 펑펑 내렸는데, 촬영이 끝나자 눈이 그쳐서 굉장히 신기했다. 마치 영화 같았다.

박미소 배우에게 <인트로덕션> 장편 영화 주연작이다. 현장에서 어떤 에너지를 받았나?

박미소: 현장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많은 선배님들과 함께 하면서 연기에 대한 자세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김민희 배우의 연기는 뭔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나는 카메라가 있으면 굉장히 경직되고 대사를 하고 있어도 몸이 묶여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김민희 선배가 자유롭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배웠다.

홍상수 감독이 학교에서 혹은 <인트로덕션> 만들면서 배우에게 했던 중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조언이 있다면?

신석호: 대본을 촬영 당일에 받기 때문에, 암기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연기에 대한 걱정이 항상 있었다. 그때마다 홍 감독님이 “만들려고 하지 말고 그냥 네가 가지고 있는 것, 너를 보여주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영호 캐릭터에 나를 투영시킬 수 있었다.

박미소: 홍 감독님이 종강 수업에서 하신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너희들이 가고자 하는 그 방향에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말라”고 강조하셨다. 그 말을 듣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 내가 가야할 길에 대한 큰 불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정말 큰 힘을 얻었다.

인트로덕션이라는 제목이 관객뿐 아니라 배우에게도 의미가 있을 같다. 배우는 제목을 어떻게 이해했나.

신석호: 홍 감독님이 편집을 다 마치시고 나서 제목을 알려주셨다. 홍 감독님이 이번에 처음으로 촬영, 편집, 녹음까지 거의 전 파트를 맡으셨고 신인인 나와 박미소를 주연으로 쓰신 것도 파격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의 실험을 소개한다는 뜻도 내포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한 3부로 구성된 영화의 각 장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서론’만 보여준다는 점도 영화의 제목을 설명한다고 생각했다.

박미소: 어쨌든 불가피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반드시 해야 하는 행위. 그것이 ‘인트로덕션’이 아닐까.

신석호: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특히 이런 점에서 <인트로덕션>은 모든 관객들에게 ‘나의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이 해외 관객에게 배우의 잊지 못할인트로덕션 같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준다면.

신석호: 지금까지 나를 ‘배우’라고 소개하는 것이 낯설었다. 부끄러운 감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나의 태도를 바꿔줬다. 앞으로 나 자신에게 떳떳한 배우가 되고 싶다.

박미소: 아직 배우로서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홍상수 감독의 가르침 덕분에 내가 가고자 하는 길, 계속 배우로 살아가는 길에 관해 확신을 갖게 됐다.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에게 주어지는 일을 하고 싶다.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editor 정유미 | photo 박근백(TEO)

재미에도 안목이 있다. <더 스크린>

환영합니다. 2019년 1월 문을 연 영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더 스크린>은 가치 있는 문화 생활을 원하는 여러에게 더 좋은 경험을 약속하는 ‘컨시어지 미디어’입니다.

여러분이 귀한 시간을 들여 읽고, 듣고, 보고, 경험할 ‘멋진 문화 콘텐츠’와 1984년 창간해 26년 간 천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전문 월간지 <스크린>의 독점 아카이빙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More Stories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