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아주 무겁고 시끄럽고 거추장스러운 악기니까요”

제인 캠피온 감독 인터뷰

제인 캠피온 감독 ©스크린
This post is last updated 202 days ago.

말할 권리를 빼앗긴 여성들에겐 예술이 목소리가 되어주었습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20) 이전엔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1993)가 있었습니다. 72년 칸영화제 역사 상 유일한 여성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셀린 시아마 감독이 오마주를 바친 작품 <피아노>를 다시 만나봅니다. 편집자 주


46회 깐느 주역들 스페셜 인터뷰① JANE CAMPION 제인 캠피온 감독

© <스크린>
올 깐느의 주인공들. 호주영화의 개가를 올린 <피아노> 팀의 쟁쟁한 얼굴들이다. 좌측부터 하비 케이텔, 홀리 헌터, 제인 캠피온 감독, 샘 닐. 제인 캠피온은 당연히 유일한 깐느 히로인으로 부상했는데, 만삭의 상태라 시상식엔 참석못해 더욱 부각되었다.

고딕풍, 낭만적 대작 만들고싶었다

두 자매 사이의 가족드라마인 <스위티>. 글 쓰기에 몰두함으로써 광기에서 벗어나는 한 젊은 여인의 연대기인 <내 테이블의 천사> 이후, 19세기 식민지에서 말보다는 피아노를 더 좋아하는 한 여인의 사랑의 감정을 묘사한 <피아노>는 그녀의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감독의 감수성과 풍성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제인 캔피온(이하 캠피온) : 1985년에 <피아노>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출발점은 <폭풍의 언덕> 같은 고딕풍의 낭만적인 대작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영화를 만들기에는 내가 아직 너무 어리고 제대로 만들려면 개인적인 면에서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것은 ‘성인’의 영화였으니까요. 그 당시 이미 서른 살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도발적인 정신상태에 있었으므로 이 계획은 옆으로 제쳐두고 내 자신과 더 일치하는 영화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했지요. 그것은 <스위티>였습니다. 6년 후, 내가 이 시나리오에 다시 몰두했을 때 이것을 영화로만들고 싶은 욕심은 여전히 강했습니다.

Q. 작년에 질 쟈콥의 책 「깐느의 방문자들」에서 당신은 <피아노>의 준비를 위해서 영감을 얻은 일련의 시대적인 사진과 판화를 보여주었는데, 이 재료들은 언제부터 모으기 시작한 것입니까? 

 캠피온 : 시나리오의 첫 줄을 쓰기도 전에 뉴질랜드에서 이 기록들의 존재를 알았지요. 이 사진들이 나로 하여금 영화를 만들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사진들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시트를 통해 쑥 나온 여인들의 머리를 보여주는 장면을 비롯한 특정한 씬들은 어떤 기록에서 직접적으로 아이디어를 얻은 것입니다.

Q. 또한 몇몇 영화들에서 특별히 영감을 얻었지요?

 캠피온 : 그렇게 직접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폭풍의 언덕>도 아마 많은 도움이 되었겠지요. 그러나 <피아노>의 톤은 전혀 감상적인 면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난 책들을, 19세기 말의 소설과 이 시대 식민지 주민이 쓴 일기들을 읽었습니다. 

Q. 왜 피아노를 택했나요? 

 캠피온 : 피아노는 아주 무겁고 시끄럽고 거추장스러운 악기니까요. 

Q. 어떤 장면들을 보면 베르너 헤어조그의 <피츠카랄도>가 때때로 생각나는데요.

 캠피온 : 네,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 이미지, 숲 속에서 배를 꺼내는 그 장면을 나도 봤습니다. 나 역시 그 장면을 생각했지요. 피아노는 이야기에 무게를 주고, 게다가 그 시대 사람들이 많이 연주했고 식민지에 다량으로 가져오게 했으므로 중요합니다. 그리고 유럽문명의 성과이며 어느 정도는 상징이기도 한 이 복잡한 악기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시대, 뉴질랜드의 미개척지 같은 원시적인 무대에서 피아노를 발견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배치이며 풍부한 메타포로 여겨졌지요.

Q.  연기자들은 어떤 식으로 선택했습니까? 

 캠피온 : 제작이 진행됨에 따라서 무척 변화가 많았던 부분입니다. 처음에는 영화를 ‘삼켜’ 버리지 않도록 너무 유명한 배우는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선택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지요. 어쨌든 내가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인물에 가장 가깝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선택하기 위해 연기자의 명성은 완전히 논외로 했습니다. 

욕망 ·호기심 · 에로티시즘 · 사랑

Q.  하비 케이텔 같은 미국 배우들과 함께 일 한 것은 처음인데…. 

캠피온 : 한번도 그들이 미국 배우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그들은 미국인이기 이전에 배우니까요. 홀리와 하비는 헌신적이었고 환상적인 작업을 해주었습니다. 

Q. 영화에서 보이는 풍경들이 당신에겐 친숙한 것입니까?

 캠피온 : 나는 미개척지의 여자가 아니예요. 숲속에 있는 나무 오두막에서 살아본 적도 없구요. 그러나 미개척지와는 항상 일종의 신화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황홀했고 그 야생적인 모습에 경외감을 느꼈지요. 진짜 미개척지를 알게 되고 그 특별한 다양성을 발견하게 된 것은 몇 주 동안 계속된 촬영장 헌팅 중이었습니다. 찍기 위해서는 그것을 ‘길들이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혹독한 촬영조건이 내면적인 씬의 긴장을 해치지 않도록 내부촬영은 스튜디오에서 했습니다.

Q. <스위티> <내 테이블의 천사> 그리고 <피아노>에서 당신은 욕망의 표현을 영화에 담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캠피온 : 성과 욕망이겠지요. 

Q. 성적인 욕망뿐 아니라 존재와 같은 욕망을 말하는 것입니다. 

 캠피온 : 글쎄요. 근본적으로 나는 단지 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한다고 생각해요. 스물 혹은 서른 살 때 욕망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겐 강박관념 이상이었지요. 지금 나는 아기를 기다리고 있고 또 다른 위상에 있습니다. 나는 어머니가 되어가고 있지요. 그럼에도 여전히 낭만적인 충동의 힘에 끌려 들어갔습니다. 나는 자주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고, 그럴 때면  나는 완전히 다시 소생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삶 전체를 사랑하고 있다는 강한 느낌이었지요. 당연히 나는 이 힘을 이해하려고 했지요. 어떤 면에선, <피아노>는 내게 이 힘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나는 욕망과 호기심과 에로티즘의 싹을 현미경에 놓고 이 세 가지 요소가 사랑으로 변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Q. 말을 하지 않는 여주인공을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선가요? 

 캠피온 : 네,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언어에 영향을 받지 않는 더욱 강하고 순수한 감정들을 보이며 더 심오한 곳에 이를 수 있지요. 어쨌든 나는 피아노가 그녀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을 대변해주길 원했고, 그것은 말을 하는 사람 의 경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녀를 말없는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피아노는 그녀에겐 완전한 사랑의 대상, 극단적인 힘의 대상이어야 했습니다.

Q. 당신이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것인가요? 

  캠피온 : 자기 손가락이 잘린 후에 홀리 헌터가 손가락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좋아하며, 하비 케이텔이 홀리에게 “잠이 안 와”라고 이야기하는 태도가 좋습니다. 피아노를 물에 빠뜨리는 장면도 좋아합니다. 

“어쨌든 나는 피아노가 그의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을 대변해주길 원했고, 그것은 말을 하는 사람의 경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녀를 말없는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피아노는 그녀에게 완전한 대상, 극단적인 힘의 대상이어야 했습니다.” 제인 캠피온 감독

<스크린> 1993년 7월 호

SCREEN CLASSIC

스크린 클래식(SCREEN CLASSIC)은 <더 스크린>이 제공하는 1984년 창간한 영화 전문 월간지 <스크린>의 아카이빙 섹션입니다. 보존 원칙에 따라 월간 <스크린> 발행 당시 원문을 그대로 제공합니다.

옛 표기법, 게재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사용했으나 사회문화적 인식이 성숙함에 따라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관용어나 표현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너른 양해를 바랍니다.

<더 스크린>은 미래의 콘텐츠를 찾는 노력만큼이나 과거의 콘텐츠를 보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스크린>의 모든 저작물의 발행 권한은 <더 스크린>에 있습니다.

재미에도 안목이 있다. <더 스크린>

환영합니다. 2019년 1월 문을 연 영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더 스크린>은 가치 있는 문화 생활을 원하는 여러에게 더 좋은 경험을 약속하는 ‘컨시어지 미디어’입니다.

여러분이 귀한 시간을 들여 읽고, 듣고, 보고, 경험할 ‘멋진 문화 콘텐츠’와 1984년 창간해 26년 간 천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전문 월간지 <스크린>의 독점 아카이빙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More Stories
메리 해리 크리스마스 이벤트 당첨자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