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라는 유혹적인 촉수에 걸려들었죠”

1993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홀리 헌터 인터뷰

홀리 헌터 ©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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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권리를 빼앗긴 여성들에겐 예술이 목소리가 되어주었습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20) 이전엔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1993)가 있었습니다. 72년 칸영화제 역사 상 유일한 여성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셀린 시아마 감독이 오마주를 바친 작품 <피아노>를 다시 만나봅니다. 편집자 주


46회 깐느 주역들 스페셜 인터뷰HOLLY HUNTER 홀리 헌터

<피아노>(1993)

“나는 처음부터 피아노의 유혹적인 촉수에 걸려들었어요. 곧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고 마침내 그 품에 안겨버렸죠. 이 영화의 힘과 깊이가 두렵기도 했지만, 결국은 나를 변화시켰어요.”

벙어리 미망인 에이다 역할

 호주 출신의 여성감독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로 93 깐느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은 홀리 헌터. 그녀는 이 영화에서 벙어리 미망인 에이다 역으로 나온다.

<피아노>의 배경은 19세기 말의 뉴질랜드. 정략결혼으로 호주에 온 벙어리 미망인 (홀리 헌터 분)이, 목숨처럼 아끼는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과, 반대로 이를 이해하는 외간 남자와의 삼각관계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로서, 여주인공 홀리 헌터는 신들린 듯한 벙어리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 갈채를 받았다. 

 일찌기 홀리 헌터는 제임스 브룩스 감독의 <브로드캐스트 뉴스>(87)로 우리에게 알려진 바 있는 미국의 젊은 여배우이다. 브로드캐스트 뉴스>는 언론계에 종사하는 두 남자와 한 여자를 통해 언론과 방송의 도덕성과, 일중독증에 걸린 현대인의 생활을 신랄하고 재미있게 그린 영화로서, 홀리 헌터는 여기서 깜찍하고 맹렬한 여성프로듀서로 나왔다. 또한 같은 해(87년) 조엘과 에단 코엔 형제가 만든 컬트 코미디 <아리조나 유괴사건>(87)에서는 재치있고 코믹한 연기를 펼치는 여순경으 로 등장했다. 

“이 영화는 꿈처럼 내 곁에 맴돌았죠”

<피아노>(1993)

 홀리 헌터는 <피아노>의 에이다 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이 영화는 마치 며칠 밤 반복되는 꿈처럼 내 곁에 계속 맴도는 듯한 느낌이었죠. 마치 내가 이해해주길 필요로 하는 대단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듯 했어요. 나는 처음부터 <피아노>라는 영화의 유혹적인 촉수에 걸려들었는지도 몰라요. 나는 이내 곧 이 영화의 이야기 속에 빠져 들었고 마침내 그 품에 안겨버렸죠. 이 영화가 나를 이끄는 힘과 깊이는 때론 나를 두렵게 하기도 했으나, 결국은 나를 변화시켰죠.” 

 정략결혼차 뉴질랜드에 온 에이다의 양손에 9살 난 어린 딸과 그녀의 피아노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피아노를 운반하기를 거부하며, 해변에 두고 떠날 것을 명한다. 이에 심한 좌절감을 겪은 에이다는 자신의 피아노를 다시 되찾고자 한다. 그녀는 한 남자와의 계약 끝에 피아노를 되찾을 수 있었고, 이 계약은 결국 두 남자와 한 여자를 깊고 복잡한 관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때론 감정적으로 때론 성적으로 연루되는 관계 속으로.

 홀리 헌터는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으며,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벙어리 에이다 역을 실감나게 열연했다. 에이다의 섬칫할 만큼 끝갈 데 모르는 자유분방한 열정을. 

46회 CANNES 여우주연상 수상자 홀리 헌터

<피아노>에서 피아노 때문에 고통을 겪고 남편에게 손가락까지 잘리우는 곡절에 휩싸이는 벙어리 여린 에이다 역을 맡아,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홀리 헌터. 제인 캠피온은 그녀와의 작업이 “환상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스크린>

<스크린> 1993년 7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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