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최진희 ©더 스크린

읽어봐요, 두꺼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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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은 의지의 책이다. 기꺼이 인생의 긴 시간을 바쳐 긴 이야기를 완성한 작가의 의지, 그 가치를 인정하고 책을 읽는 독자의 의지가 그 두께에 결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집의 책이다. 이 무게와 크기, 부피를 들고다니면서 읽을 순 없다. 연휴의 책으로 더할나위 없다. 다 읽고 나면 작가가 책에 바친 시간만큼, 내 인생이 늘어난 듯한 뿌듯함이 찾아온다. 끝을 보지 못해도 괜찮다. 책을 사서 책장에 꽂는 순간부터, 이미 독서는 시작된 거다. 편집자 주


두꺼운 책 목차 (보고 싶은 제목을 누르세요)

1 픽윅 클럽 여행기
2 걸클래식 : 작은 아씨들, 빨강머리 앤, 하이디, 작은 공주 세라
3 불안의 책
4 멋진 신세계
5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6 코스모스
7 생각에 관한 생각


 

 

 

#1 픽윅 클럽 여행기

찰스 디킨스라는 전설의 시작

픽윅 클럽 여행기 ©더 스크린

글쓴이 찰스 디킨스 옮긴이 허진 출판사 시공사 페이지 수 1,268p

“영국인들이 존경은 셰익스피어에게, 사랑은 찰스 디킨스에게 보낸다”는 말이 있다. <픽윅 클럽 여행기>는 그 찰스 디킨스의 첫 장편 소설이자, 디킨스 붐의 시작이 된 소설이다. 이 책은 2020년 4월 <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 이야기>와 함께 찰스 디킨스 사후 150주년 기획 선집에 포함되어 한국에선 처음으로 번역, 소개됐다. 

“찰스 디킨스? 유명한 거야 알지. 그렇지만…” 말끝이 흐려진다면, 사랑스러운 <작은 아씨들>을 떠올려보자. 매주 토요일, 다락방에 모인 네 자매가 남장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던 그 비밀 조직의 이름이 바로 ‘픽윅 클럽’이다. 메그, 조, 에이미, 베스는 각각 <픽윅 클럽 여행기>의 주인공 미스터 픽윅, 음유시인 스노드그래스, 스포츠맨 윙클, 사랑꾼 터프먼을 흉내내는 것으로 가보지 못한 세상의 유쾌한 모험을 대리 체험했다.

스물네 살 청년 디킨스가 처음으로 ‘각 잡고’ 쓴 이 여행기는 ‘디킨스 월드’로 들어갈 (두껍지만) 오르기 쉬운 사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1268쪽에 달하는 사다리를 발로 걷어차지 않고 흥겹게 오른 경험자의 말이니 믿어도 좋다. 이 책을 지하철에서 ‘이-영차!’ 꺼내는 순간 옆 사람의 흠칫하는 진동을 느꼈지만, 읽기를 멈출 순 없었다. 마음 놓고 여행하기 어려운 이번 연휴, 찰스 디킨스와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정독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 불완전한 글을 읽고 단 한 사람의 독자라도 같은 인간을 다시 생각하거나 인간 본성의 더욱 밝고 다정한 면을 바라보게 된다면 작가는 더없이 자랑스럽고 행복할 것이다.

1837년 (청년) 찰스 디킨스

editor 박혜진


 

 

 

#2 걸 클래식: 작은 아씨들, 빨강머리 앤, 하이디, 작은 공주 세라

아는 만큼 보이는 소녀들의 생존기

걸 클래식 전집 ©더 스크린
걸 클래식 전집 ©더 스크린

<작은 아씨들> 글쓴이 루이자 메이 올컷 옮긴이 공보경 출판사 월북 페이지 수 948p
<빨강 머리 앤> 글쓴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옮긴이 고정아 출판사 월북 페이지 수 463p
<하이디> 글쓴이 요한나 슈피리 옮긴이 이경아 출판사 월북 페이지 수 361p
<작은 공주 세라> 글쓴이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옮긴이 오현아 출판사 월북 페이지 수 337p

솔직히 인정하자. 예뻐서 샀다. 꽃을 중심 소재로 화려하고 과감한 색감의 디자인 굿즈로 인기 많은 디자인 회사 ‘라이플 페이퍼’의 디자이너 애나 본드가 재해석한 표지 디자인은 강렬했다. ‘이미 어렸을 때 다 읽은’ 소설 4권에 다시 지갑을 여는 게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지름신을 부른 건 디자인이지만, 걸 클래식 컬렉션의 만족도를 치솟게 한 저력은 알맹이에 있다.

어린 시절 명작 동화 전집으로 읽었던, 어렴풋한 기억만으로 이 책들을 ‘이미 읽은 책’ 취급한다면, 걸 클래식 컬렉션을 다시 읽다가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새로 출간된 ‘걸 클래식’은 젊은 여성 번역가 4인이 원작의 여성주의적 공기를 세심하게 되살린 완역본이다. 일본식 번역체를 그대로 제목으로 썼던 <소공녀>를 <작은 공주 세라>로, 한국에서 원작 소설보다 유명했던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알프스 소녀 하이디> 대신 원제를 살려 <하이디>로 제목으로 바꾼 건, ‘어린 여성 주인공’들의 주체성을 되살리겠다는 일종의 ‘선언’처럼 읽힌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작은 아씨들> <작은 공주 세라> <하이디> <빨강머리 앤>은 사랑스러운 동화가 아니다. 4권의 ‘걸 클래식’은 소녀들의 치열하고 강건한 생존기다. 세라와 하이디, 앤은 보살핌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부모를 잃은 고아 소녀들이고, ‘작은 아씨들’은 전쟁에 나간 아빠 대신 엄마와 자매들이 서로를 돌본다. 고귀함은 부유함이 아니라 친절에서 비롯된다는 걸 잊지 않는 세라, 보드라운 흰 빵과 딱딱한 검은 빵의 간극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지만 자연의 너그러움도 함께 배우는 하이디, 다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쉴 새 없이 삶의 긍정을 상상해내는 앤, 가족을 위해 가진 것 중 유일하게 ‘값나가는’ 머리카락을 잘라 파는 조의 이야기가 ‘생존기’가 아니면 무엇일까. 이젠 다 자란 ‘어른 소녀’들은 걸 클래식을 다시 읽으며 어린 시절과 조금 다른 의미로 울고 웃을 것이다.

editor 박혜은


 

 

 

#3 불안의 책

영광 굴비 같은 사색의 경험

불안의 책 ©더 스크린

글쓴이 페르난두 페소아 옮긴이 오진영 출판사 문학동네 페이지 수 609p

책 속의 표현을 빌려 표현하건데, 요즘 ‘피곤한 눈과 그보다 더 피곤한 영혼’으로 ‘근심스러운 평화’와 ‘체념으로 얻은 고요’ 사이를 불안하게 오가고 있다면, 그래서 이번 연휴를 꼼짝없이 ‘회복 모드’로 삼았다면, 당신 옆엔 이 책이 놓여있어야 한다. 지금 여기를 떠나 1930년대로 가자. 그 중에서도 포르투갈 리스본의 어느 월세방으로 가자. 그곳엔 천성적으로 고독했던, 어느 집단에도 속해본 적이 없던, 스무 군데 넘는 회사를 옮겨 다녔던 직장인 ‘페르난두 페소아’가 있다. 

이 책은 작가 페소아가 ‘베르나르두 소아르스’의 이름으로 써 내려간 481개의 일기이자, 영혼의 고백록이다. 소중한 연휴를, 1930년대 포르투칼 직장인이 쓴, 600페이지가 넘는 일기를 읽으며 보내라고? 장담하건데 자기가 쓴 일기보다 더 소중하게 읽게 될 거다. 한 장 읽고 창밖을 보며 생각 한 번, 한 장 더 읽고 하얀 벽을 보며 생각 두 번. 이렇게 책을 읽다가 묘하게 겹치는 모습이 떠올라 메모해두었다. ‘이 책은 굴비. 그것도 영광 굴비다.’ 마치 밥 한술 뜨고 천장에 매달린 굴비 한번 봤다던 누군가의 짜디짠 인생의 맛이다. 

소아르스가 회사 책상에 앉아 장부를 정리하면서 했던, 퇴근길에 도라도레스 거리를 보며 떠올렸던 생각들은 2020년 서울의 직장인인 내가 회사에서,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했던 생각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 월세방 침대에 누워 잠 못 이룰 때 머리를 가득 채웠던 생각들은 마치 소아르스와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똑같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 혼자서는 닿지 못했던 생각의 끝으로 페소아가 이끌어간다. <불안의 책>의 책장은 더디게 넘어가지만, 지루하지 않다. 낮부터 책을 읽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땐 방안이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온전히 책을 읽으며 보내는 하루는 이렇구나’하는 경험도 놓치지 않고 챙겨가길.

어쩌면 지금이 내 인생을 들여다보려는 단 한 번의 노력을 해야 할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페르난두 페소아

editor 박혜진


 

 

 

#4 멋진 신세계

멋진 신세계

멋진 신세계 ©더 스크린

글쓴이 올더스 헉슬리 옮긴이 안정효 출판사 소담출판사 페이지 수 400p

<멋진 신세계>를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훌륭한 SF 소설은 대개가 철학서이자 역사서이고, 어느 만큼은 예언서의 면모를 띈다. 하지만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내놓은 이 책은 ‘예언’이라는 비과학적이며 주술적인 표현이 죄스러울 만큼, 소름끼치게 정확한 ‘미래학’ 저술서다.

SF 소설의 제목이 ‘멋진 신세계’라는 건, 작가가 보여 줄 디스토피아가 얼마나 참담할 지 마음의 각오를 하라는 경고와 같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유전자 정보를 완벽히 통제하게 된 신세계. 정부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계획에 따라 적정한 인구 수를 유지하며, 적절한 분포를 따져 날 때부터 계급을 부여한다. 문제는 그 모든 통제가 완벽히 보편적으로 평등하게 이뤄지는 탓에, 이 세계가 너무나 평화롭다는 사실이다. 무질서와 폭력, 반복과 갈등이 사라진,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 1차 세계대전을 겪은 20세기 초의 사람들은 폭력과 전쟁이 계속될 미래를 두려워했지만, 헉슬리는 계급이 점점 더 은밀해지고, 생명 공학의 발달로 통제가 체화되고, 계급이 은밀해지는 미래를 경계했다.

‘읽어봐요, 두꺼운 책’ 기획에 함께 소개된 책들과 비교하면 400페이지라는 두께가 왜소해 보이지만, 올더스 헉슬리가 미리 내다 본 미래이자 우리의 현실이 장마다 겹치면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이러니하게도 <멋진 신세계>는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믿었던 무수한 선택이 쌓이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된 미래다. 소설 속 선택들은 21세기의 우리도 여전히 ‘이상적’이라 믿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는 올더스 헉슬리가 내다 본 <멋진 신세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 1884년 생인 19세기의 작가가 관찰한 미래는 (과학 기술의 묘사에 사소한 디테일을 트집 잡지 않는다면) 21세기인 2020년 인류의 시선으로 봐도 여전히 미래다.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올더스 헉슬리

글 최무선(SF 작가)


 

 

 

#5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쫄지마! 그리고 42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더 스크린

글쓴이 더글러스 애덤스 옮긴이 권진아, 김선형 출판사 책세상 페이지 수 1,236p

가장 거대한 농담과 가장 통렬한 격언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우리는 그 둘을 동시에 볼 수 없으며, 내가 앞면이라 믿는 쪽을 뒷면이라고 우기는 누군가를 반드시 만나게 되고, 얼핏 보면 헷갈린다. 가장 중요한 건, 앞이든 뒤든 동전의 가치는 똑같다. ‘농담이 넘지 못할 경계는 없다’고 믿는 영국식 농담이 지구를 벗어나 범우주적인 스케일로 뻗어 나간 결과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다. 무려 1,236페이지짜리 농담. 누군가에겐 너무 길고 황당하며 어디서 웃어야 할 지 모를 난감한 농담이지만, 누군가에겐 뼈 때리는 인생의 격언 모음집이자, 이 세계를 보는 시선을 확실히 뒤집어주는 촌철살인의 걸작이다. 나는 완벽하게 후자의 독자다.

시작부터 엉망진창이다. 은하계의 지역 개발 계획에 따라 초공간 고속도로를 건설하려는 과정에서 지구가 철거되기 직전. 인간보다 월등하게 똑똑한 돌고래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흰 쥐들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오직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기는 인간만 그 사실을 몰랐다. 지구가 철거되기 전에 빨리 행성 이전을 준비하라고, 그렇게 경고장을 날렸건만 귓등으로 흘려듣던 지구인들은 모두 2분 만에 ‘강제 퇴거’되고 목욕 가운 차림으로 수건 하나 목에 달랑 두른 영국인 아서 덴트는 친구(인 줄 알았던 외계인 친구)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우주를 ‘히치하이킹’해서 여행하다가 ‘삶과 우주,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스케일과 스토리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십중팔구 ‘최악의 영화화’라는 불명예의 전당에 오르기 십상이지만, 가스 제닝스 감독이 마틴 프리먼과 샘 록웰, 모스 데프, 주이 디샤넬을 캐스팅해 만든 영화는 아주 근사하다. 원래 6부작 라디오 드라마에서 출발한 이야기라서, 영화의 선택과 집중이 탁월하다. 특히 이 작품의 사실상 주인공인, ‘지구인이나 우주인이나 생명을 가진 것들’의 무지에 시달리다가 깊은 우울의 우물을 열어버린 인공지능 로봇 마빈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책과 영화를 모두 강력히 추천한다. 과거 같은 출판사에서 5권으로 분권해서 출간했던 것(분권은 절판되었다)을 원작 출간 25주년을 기념해 합본으로 묶은, 책의 두께에만 기죽지 않는다면 이번 연휴, 해외가 아닌 우주로 키득거리며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쫄지마! Don’t Panic

더글러스 애덤스

editor 박혜은


 

 

 

#6 코스모스

평온과 겸손의 시간

코스모스 ©더 스크린

글쓴이 칼 세이건 옮긴이 홍승수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페이지 수 583p

가끔 아무 것도 없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세상을 잘 보려면 작은 것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현미경과 멀고 원대한 것을 올려다보는 망원경을 함께 쓸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전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지쳐가는 요즘이야말로, 가까운 공포를 다스리기 위해 멀리 떨어진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평온을 애써 찾아야 한다. 그럴 땐 칼 세이건의 클래식 <코스모스>가 정말 효과 좋은 안정제가 되어준다.

<코스모스>의 명성만 듣고 실제로 이 묵직한 책을 펼쳐 본 적은 없다면, 필시 고정관념 때문이다. 분명히 어려울 것 같다! 자전과 공전의 속도가 어떻고, 별과 별 사이의 거리가 어떻고, 빛이 우주로부터 지구에 닿기까지 시간이 어떻고. 멋진 우주 천체 사진이 몇 장 있겠지만, 외계어 같은 수학적 과학적 근거가 빼곡하겠지. ‘천문학의 대중화를 이룬 아버지’ 칼 세이건을 믿으셔야 한다. 그는 이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넓은 우주에 분명 생명체, 그것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 것이라 믿었던 로맨티스트이자, 그 뜨거운 사랑을 SF 소설로 고백한 소설가다. 주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콘택트>(1997)의 원작자가 칼 세이건이다.

<코스모스>는 과학책, 천문학 책이지만 우주 화보집이기도 하고 신화책이며, 다정한 에세이고, 큰 틀에서 보자면 시집이다. 인류가 ‘은하수를 관측해 온 역사’를 다룬 장의 제목이 ‘밤하늘의 등뼈’, 칼 세이건을 비롯한 천문학자들이 오랫동안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여겼던 화성에 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장의 제목은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이니 말 다했다. 과학이나 천문학에 전혀 관심이 없어도, 집에 <코스모스> 한 권 쯤은 상비해두길 권하고 싶다. 마치 우주를 축소해놓은 것처럼 검고 큰 이 책은 복작대고 와글거리기는 인간 관계에 일희일비하느라 지칠 때는 평온을 선물하고, 작은 성취에 우쭐해져서 기고만장할 때는 겸손을 돌려준다.

우주에는 대략 은하가 1,000억 개가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저마다 평균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칼 세이건

editor 박혜은


 

 

 

#7 생각에 관한 생각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생각에 관한 생각 ©더 스크린

글쓴이 대니얼 카너먼 옮긴이 이창신 출판사 김영사 페이지 수 727p

“내가 생각을 좀 해볼게……” 곤란한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합리적 선택을 하기 위해 생각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비이성적으로 감정에 휘둘리면 분명 일을 그르칠 테니까. 하지만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한 끝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멍청한 선택을 할 때가 있다. 아니, 많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왜 내 생각은 나를 냉철한 이성과 빛나는 합리의 길로 인도하지 못하는가! 역사상 최초로 심리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박사가 답한다.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연이어 위로의 연타가 날아든다. “네가 멍청해서 그런 것도 아니야.” 책을 읽기 시작한 지 50페이지도 지나지 않아 연타의 위로를 받으면, 727p의 두꺼운 책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진다.

대니얼 카너먼에 의하면 데카르크 선생이 남긴 유행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나의 생각은 두 종류인데 빠르고 즉흥적인 생각과 천천히 심사숙고하는 생각이다. 복잡하니까 빠른 생각을 1, 느린 생각을 2라고 부르자. 그런데 내가 1과 2를 통제하는 게 쉽지 않다. 어떤 환경에선 1이 알아서 튀어나와 생각을 하고, 어떨 땐 튀어나오는 1을 누르고 2가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꼭 1이 나쁘고 2가 좋다는 뜻은 아니다. 1이 더 중요할 때가 있고, 2가 더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니까, 생각을 하는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만, 내가 필요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인간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편향과 오류, 너무 간단한 속임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 나의 생각을 찬찬히 생각해봐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내 생각을 알아야, 나를 휘두르려는 이들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고, 장고 끝에 악수를 두려는 나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깊게, 오래도록 탐구해야 할 대상은 나다. 이번 연휴엔 꽃구경 말고 ‘내 생각 구경’을 해보자. <생각에 관한 생각>이 훌륭하고 유머러스한 안내 선생님이 되어줄 것이다.

경험과 그 기억을 혼동하는 것은 인지 착각의 좋은 예이며, 사람들은 경험을 기억으로 바꿔치기 하는 탓에 과거 경험을 망쳤다고 생각한다. 경험하는 자아는 발언권이 없다. 

대니얼 카너먼

editor 박혜은

재미에도 안목이 있다. <더 스크린>

환영합니다. 2019년 1월 문을 연 영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더 스크린>은 가치 있는 문화 생활을 원하는 여러에게 더 좋은 경험을 약속하는 ‘컨시어지 미디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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