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에 안목을 더하는 시간, 스포 없이 더 재미있는 스크린 이야기 [살롱 드 스포금지]입니다. 94회 에피소드에선 첫 장편소설 <GV 빌런 고태경>로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정대건 작가를 만납니다. 그는 <투 올드 힙합 키드>(2012)와 <메이트>(2019)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향한 그의 따뜻한 사랑 고백을 함께 흐뭇하게 들어보시죠.
박편 이 인터뷰는 이런 말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작가님, 우선 소설 잘 봤습니다…”
정대건 (일동 웃음)네…. 고맙습니다.
박편 <GV 빌런 고태경>. 일단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어머 이건 읽어야 해’ 라는 강한 입질이 왔어요. 그리고 마치 영화 한 편 보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버렸어요. GV 빌런이라는 소재로 영화를 사랑하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바라본 점이 탁월했어요.
정대건 소설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고태경 씨는 GV 빌런이라기 보단 ‘GV 젠틀맨’이죠.(웃음) 소설 속 장면과 비슷하게 감독으로서, 관객으로서 소위 ‘GV 빌런’이라 불리는 분들을 종종 만났어요. 그 분들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어떤 분들일까, 그분들은 왜 GV를 저렇게 열심히 찾는걸까. 그 궁금증이 꼬리를 물면서 제가 갖고 있었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조각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연결이 되더라고요.
박편 <GV 빌런 고태경>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각기 달리 사랑하는 법이 나옵니다. 가장 좋았던 건, 무엇이 더 훌륭한 사랑이고, 이건 잘못된 사랑이라는 식으로 작가가 그 사랑들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정대건 제가 사랑하는 방식을 각 인물에게 나눠주었기 때문일 거예요. 예를 들면 저도 영화에 대해 아주 밉게 말할 때도 있어요. 어떨 땐 사랑이 넘쳐 흘러서 사랑을 고백할 때도 있죠. 솔직하게 쓰자고 생각했어요.
박편 <GV 빌런 고태경>에서 정대건 작가가 사랑하는 구절을 들려주신다면, 어떤 문장을 고르시겠어요?
정말 좋은 기회였죠… 제가 다 망쳤어요. 그땐 사람들 원망도 많이 했는데 누굴 원망하겠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고태경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반반 하자.
네?
고태경은 마치 양념 반, 프라이드 반, 반반 하자는 듯이 툭 말했다.
자네도 살아야지. 어떻게 다 자네 책임이야. 반반 해. 상황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잖아. 네 탓만 하지 말고 세상 탓도 절반 하자고.
<GV 빌런 고태경> p.137
-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라고 말하는 <GV 빌런 고태경>은 지금, 당신은 무엇을 사랑하고 있냐고 물으면서, 그 사랑을 응원합니다. [살롱 드 스포금지] 94회의 주인공 <GV 빌런 고태경>의 정대건 작가의 따뜻한 사랑 고백을 함께 들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