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시네마틱드라마 SF8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Baby it’s over outsid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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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안국진 | 각본 김민경 | 출연 이다윗, 신은수 

“뉴스 속보입니다. 앞으로 일주일 후, 지구는 멸망합니다.” 4년 동안 고시 공부 끝에 막 경찰이 된 남우(이다윗)는 생각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음대로 살걸.’ 세상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인가 봅니다. 절망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매일이 크리스마스이브처럼 세상에 사랑이 충만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않습니다. 온갖 종류의 초능력자들이 정체를 드러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혜화(신은수)는 초능력자들을 모아 종말을 막으려 하고, 얼결에 남우도 계획에 동참합니다.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는 단도직입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뉴스 앵커는 “단 하나 남았던 나사의 계획이 수포가 되고, 이제 지구 멸망까지 남은 건 7일”이라며 종말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하죠. 보통 이런 시작이라면 세상은 곧 약탈과 폭력,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한 아비규환을 예상할 겁니다. 하지만 안국진 감독의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는 뻔한 종말을 보여주지 않아요. 우리의 예상을 산뜻하게 배신하면서 사랑이 충만한 ‘종말 D-7’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은 결연하고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어차피 종말을 막을 수 없다면, 모두가 같은 끝을 맞이한다면, 되레 패닉에 빠질 이유가 없습니다. 평소보다 더 오늘을 ‘가치 있게’ 보내는 것 말곤 할 일이 없으니까요.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의 세계도 그렇습니다. 4년 고시 생활 끝에 경찰이 된 남우는 종말 일주일을 앞두고 ‘내일 출근을 해야 하나? 안 하면 또 뭘 할 건데?’라고 생각하는 스피노자 형 인간입니다. 그래서 남의 집 담을 넘는 혜화를 발견했고, 본분에 따라 그를 체포했다가 전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을 찾게 되죠. 

전 세계 곳곳에서 숨죽이고 살던 각양각색의 초능력자들이 정체를 드러낸다는 설정도 그런 점에서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슈퍼맨, 원더우먼 급의 초능력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염력을 쓰고, 불을 만들고, 타인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들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죠. 각각은 티끌 같은 능력일지라도 잘 조합하면 지구를 구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혜화는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2020

하지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로 지독한 현실을 강렬한 블랙 코미디로 재현한 안국진 감독이 ‘지구의 종말’을 말랑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할 리가 없죠. 조금 둔하지만 성실한 청년 남우와 행동파 리더 혜화 사이에선 조금씩 로맨스의 기운이 싹트지만, 섣불리 결말을 예측할 순 없습니다. 늘 반 박자 느린 남우와 한 발 앞을 내다보는 혜화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순간 이 영화의 제목이 불현듯 힌트가 됩니다. 

동명의 원작 소설과 큰 줄기의 이야기는 같지만, 안국진 감독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다른 길로 방향을 틀어 결국 전혀 다른 종착점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5분의 결말은 뒤통수를 치는 반전 같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안국진 감독이 친절하게도 계속 힌트를 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잠시 후, 이런 지구 종말이라면 괜찮은데? 라고 감탄하게 만드는 이런 결말도 괜찮네요.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지은이 김독식 | 출판사 요다

원작 소설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지은이 김동식 | 출판사 요다 

김동식 작가의 23편의 단편을 모은 작품집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에 실린 표제작입니다. 영화와 비교하자면 원작 소설은 명백한 로맨스 소설이죠. 지구 멸망을 일주일 앞두고 사랑에 빠져버린 두 남녀의 이야기. 만약 일주일 후에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내일 출근을 할까? 식의 소소한 고민이 쌓이는 전반부를 지나면 점점 이야기에 속도가 붙습니다. 

급기야 100m 경주처럼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는 문장을 좇으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와 강풀 작가의 웹툰 <타이밍>(2006)에서 본 간절한 긴장감을 문장만으로 구현한 매력적인 로맨스 소설입니다. 

editor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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