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영화는 ‘변함없이’ 영화입니다

시네마틱드라마 SF8 수필름 민진수 대표, 박준호 총괄 프로듀서 인터뷰

This post is last updated 42 days ago.

50분 분량의 영화 8편을 동시 제작한다? 그것도 한국에선 아직 낯선 SF 장르로? 완성된 작품을 극장과 OTT 플랫폼과 공중파 TV에서 모두 상영한다고? 한국 최초의 SF 시네마틱 드라마 <SF8>의 출현은 거의 모든 면에서 ‘사건’입니다. 영화 제작 현장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게 가능해?”라고 반문할 만한 도전. 수필름의 민 진수 대표와 박준호 프로듀서도 처음엔 ‘가능할까?’ 자문했습니다. 그러나 해보기 전엔 아무도 모르죠. 

<SF 8>은 완성됐고,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받아 상영했고, 7월 11일부터 국산 OTT 서비스 ‘wavve(웨이브)’에서 서비스해 3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만났고, 8월 14일(금)부터 MBC에서 매주 방영을 시작합니다. 이번 도전은 영상 플랫폼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는 2020년, 미래의 영화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중요한 질문이 될 겁니다. 수필름 민진수 대표와 박준호 총괄 프로듀서를 만나 ‘미래의 영화, 영화의 미래’를 물었습니다.

<더 스크린> 편집부

시네마틱 드라마 <SF8>은 한국 최초로, 극장과 OTT 서비스, 공중파 방송에서 볼 수 있는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입니다. 8월 14일(금)부터 매주 금요일 밤 10시 10분에 MBC에서 방영을 시작합니다.

<SF8>이 완성됐습니다. 모든 면에서 도전적인 프로젝트예요. 일면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민진수 대표_처음엔 ‘영화 프로젝트’는 아니었어요. 민규동 감독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감독조합이 OTT 서비스 wavve, MBC와 함께 ‘영화적인 드라마’를 만들 계획이었죠. 사실 처음에 ‘수필름에서 제작을 맡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을 땐, 못한다고 했어요.(웃음) 여덞 명 감독과 여덟 개의 촬영 현장을 한 번에 운영한다는 건 제작자로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7월 wavve 서비스 일정이 확정된 상황에서 시간이 흘렀고, 결국 2020년 1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만들어보자고 결정했습니다. 더 늦어지면 큰일이니까요.

프로젝트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맡은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민진수 대표_저는 영화 제작자니까 이 프로젝트를 ‘영화’답게 완성하고 싶었어요. 여덟 명의 영화 감독이 합류한 프로젝트이니, 전체 스태프도 영화 스태프로 꾸려서 영화로 만들자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답게 극장에서도 상영하자. 마침 7월에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흔쾌히 초청을 결정하면서, 극장과 OTT 서비스, 공중파 방송국까지 상영 플랫폼이 결정된 거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SF8> 전석 매진으로 호평받았고, 여러 해외 영화제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어서 뿌듯합니다. 

수필름에선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로 옴니버스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지만, 단기간에 8편 동시 제작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민진수 대표_8배가 아니라 8의 10승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했죠.(웃음) 여덟 명의 감독님 모두 작품에 대한 열정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모두 첫 SF 장르에 도전한다는 점도 중요했고요. 제작사는 8편의 현장을 100% 지원하면서 그 기대와 열정을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매일 현장 하나만 방문해도 일주일이 부족해서 몸을 여덟 개로 쪼개고 싶었어요.(웃음)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는다면요?

민진수 대표_그냥 영상을 만들어서 극장에서도 상영하고, OTT 플랫폼에 올리고, TV로 방영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방송은 방송의 규정이 있고, 웨이브도 나름의 포맷이 있고, 영화제는 또 다르죠. 한 작품을 여러 버전으로 재작업해야 해요. 예를 들면 wavve 로고가 올라가는 자리와 방송국 로고 넣는 자리가 달라요. 그걸 모두 다른 버전으로 조정해야 하죠. 또 wavve는 ‘감독판’으로 만들었어요. 사소하게는 방송국, OTT 서비스, 영화계의 용어도 미묘하게 달라요. 처음 공동 회의할 때는 의사소통도 조금 어려웠습니다. 나중에는 해결됐지만요. 

8편의 배우진이 화려합니다. 밖에서 보기엔 배우 캐스팅이 가장 어렵지 않았을까 예상했습니다. 

민진수 대표_8편 배우진을 동시 캐스팅했는데, 의외로 캐스팅할 때가 가장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다행히 감독님들이 가장 원하는 배우들이 흔쾌히 출연을 승낙했어요. 수필름의 작품에 출연했던 인연이 있는 배우들도 많아서 현장도 익숙했고요. 다만 배우들에게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고민이었어요. OTT 서비스도 하고, 방송도 하는데, 영화제에도 갈 거예요. 그러면 다들 ‘그건 뭘까?’하는 분위기였어요. 드라마냐, 영화냐, 뭐냐? 묻기도 하고. 아예 개념 자체가 처음이니까, 설명하기 어려웠죠. 

여덟 명의 영화 감독도 세대와 장르, 스타일이 모두 다른 감독이라서 더 궁금했습니다. 모두 SF 영화는 처음 연출이죠?

박준호 총괄 프로듀서_민규동 감독과 MBC가 초기에 함께 논의하면서 감독님들을 섭외했습니다. 세대도 다르고, 지금까지 해온 작품 스타일도 다르지만, SF라는 장르를 정말정말! 해보고 싶어 했습니다. 자신만의 SF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현장이라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죠. 

SF8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8명의 감독과 배우들 사진 | imbc

 <SF8> 중 <만신>을 제외한 7편도 탄탄한 SF 단편 소설이 원작입니다. 최근 한국 장르 문학에서 SF 소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모습인데요. 원작을 선정한 과정도 궁금했습니다. 

박준호 총괄 프로듀서_<만신>도 처음엔 원작으로 출발했다가 각색 과정에서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된 상황입니다. 말씀대로 최근 젊은 작가들의 훌륭한 SF 단편 소설이 많았어요. 원작을 선정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마음에 드는 이야기인데 이미 판권이 팔린 경우도 있고, 8편의 소재가 겹치지 않게 골라야 하고, 5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했어요. 그 과정이 1년 걸리더군요.

<SF8>이 한국판 <블랙 미러>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블랙 미러’의 완성도와 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판’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의 SF는 무엇이 다를 것인가.

박준호 총괄 프로듀서_일단 <블랙 미러>와 비교해주신다면 ‘출발로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간 한국 관객들이 SF에 가지는 고정관념도 있었어요. 기술과 테크닉, CG가 화려한 대규모 영화를 떠올리시죠. 하지만 <블랙 미러> 이후엔 비주얼과 기술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인간들의 드라마’도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민진수 대표_항상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우리는 제작비 규모가 작아서..’라는 변명을 하게 됩니다.(웃음) <SF8>도 CG를 원하는 대로 쓸 만큼의 제작비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한국 감독들과 한국 원작 소설의 색깔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장르 영화에서 ‘우리의 색깔을 드러낼’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50분 분량의 드라마와 비교할 때, <SF8>의 편당 가성비가 궁금한데요? 

민진수 대표_간략히 말씀드리면 드라마 한 편 제작비보다 적은 제작비로 만들었습니다. 소위 ‘가성비’로 따진다면(웃음) 방송 쪽에서 처음에 낯설어하셨어요. 영화 스태프들은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수준을 용인하지 않았거든요. 예산이 많든 적든, 할 수 있는 한 ‘최고 품질’을 만들지 않곤 못 배기는 거죠. 

박준호 총괄 프로듀서_방송국에는 ‘단막극’이라는 형식이 있잖아요. 방송에서는 처음에 <SF8>도 ‘단막극’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영화 스태프들은 ’50분 러닝타임의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했죠. 그 지점이 달랐어요. 기존의 방송용 드라마와 비교하면 우리 작업이 너무 더딘 거죠.(웃음) 색 보정, 사운드, 후반 작업이 일반 드라마보다 4~5배 더 걸리니까요. 영화 제작사인 수필름이 전체 제작의 키를 쥐고 있어서 이 작업을 납득시키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부천에서 극장 상영이 결정됐을 때, 감독들과 스태프 모두 굉장히 좋아했어요. 처음부터 후반 작업, 사운드 등을 모두 영화에 맞춰 만들었으니까요. 

코로나 시대, 영화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극장은 거의 6개월 간 텅텅 비었고, 관객들은 안전한 집에서 OTT 서비스로 향했어요. 이런 현실에서 멀티 플랫폼을 선택한 <SF8>의 시도가 전하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민진수 대표_저는 ‘영화 만드는 사람’입니다. 극장에 걸리는 영화,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린 적은 없어요.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 극장에 관객이 없으니 드라마나 OTT 시장으로 건너간다?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플랫폼에서도 ‘영화를 보는 경험’을 충족시킬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 판데믹이 영원히 계속되는 게 아니니까요.

분명, 극장으로 다시 관객들이 돌아올 겁니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더 좋은 영화를 만들 뿐이죠. 다만, 다양한 플랫폼의 세계가 왔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SF8>은 그 변화를 경험한 계기였어요. 동시에 영화인의 노하우와 공력이 어떤 플랫폼에서도, 누가 보기에도 충분히 ‘멋지게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내야 하는 시험대라고 여깁니다. 영화다움을 증명해야죠. 작품의 퀄리티가 우리의 정체성입니다. 

박준호 총괄 프로듀서_사실, 저는 지금까지 휴대전화로 영화를 본 적이 없었어요.(웃음) 이번 프로젝트에서 새롭게 알고, 배운 게 많습니다. 분명히 앞으로 영화를 만들 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다른 플랫폼에서도 영화인과 함께 만드니까 다르다는 인식을 가지셨을 겁니다. 그것도 <SF8>으로 얻은 자부심입니다. 

SF8의 8편 중 남성 원톱 주연 작품은 한 편도 없습니다. 이 자체가 SF8이 2020년 한국 영화계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SF 영화는 미래를 거울삼아 현재에 던지는 질문이라고 여깁니다. <SF8>이 2020년,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박준호 총괄 프로듀서_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있고, 허구의 이야기가 오래 기억되는 질문으로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SF8>은 후자가 될 것 같습니다. 8편 모두 2020년 우리에게 밀착된 예민한 질문들을 담고 있습니다. 감독님들이 장르적 재미를 지키면서도 중요한 질문들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어요. 그 변화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SF8>에는 남성 주인공 원톱 영화가 없습니다. 대부분이 여성 주인공이죠. 2020년 대한민국에서 왜 ‘여성 주인공 영화를 만들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거죠. SF 장르에선 남성과 여성을 묘사하는 기존의 틀을 깰 수 있으니까요. 굉장히 실험적이고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민진수 대표_분명히 근미래에 우리가 겪게 될 사회적 이슈들이 담겨 있습니다. 아마 관객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끼실 겁니다. <SF8>의 다양한 플랫폼 상영으로 일반 상업 영화와 달리, 재미와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실험이 가능했죠. 지금 시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SF8>을 여러 플랫폼에서 만날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민진수 대표_영화인들의 새로운 시도입니다. 관객들이 만족스러우실 수도 부족하다고 여기실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늘 관객의 평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영화를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한국은 SF 불모지로 불리는데, <SF8>을 통해 조금 더 가깝게 느끼신다면 더 좋겠습니다. 그래야 더 다양한 SF 영화들이 만들어질 테니까요. 또 <SF8>의 작품들을 극장에서도 만나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준호 총괄 프로듀서_<SF8>이 공중파 TV에서 시청자를 만나는 것도 기대가 큽니다. 극장과 OTT 서비스는 SF 마니아들이 SF 장르를 찾아보는 플랫폼이라면, 방송은 그야말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SF 영화’가 닿을 기회니까요.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 따라가면서 보고 난 뒤에, “아, 이게 SF구나? 별로 어렵지 않네. 공감되네.”이렇게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editor 박혜은

재미에도 안목이 있다. <더 스크린>

환영합니다. 2019년 1월 문을 연 영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더 스크린>은 가치 있는 문화 생활을 원하는 여러에게 더 좋은 경험을 약속하는 ‘컨시어지 미디어’입니다.

여러분이 귀한 시간을 들여 읽고, 듣고, 보고, 경험할 ‘멋진 문화 콘텐츠’와 1984년 창간해 26년 간 천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전문 월간지 <스크린>의 독점 아카이빙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More Stories
일단, 인생 <시동>걸어보는 거야